1. 한 마디로 말해, 보는 내내 몰입도 안되고 불편했다. 볼거리는
화려했지만
그다지 참신할 것도, 미안하지만 감동도 없었다.
비유하자면,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한 미인이라기에 봤는데 투명 화장으로 보이기 위해 화장을 10cm두께로 하고 인위적인 표정을 자연스러운 듯 능숙하게 짓는 사람을 본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란 반드시 밝고, 가늘고, 맑은 것일까?
우리의 감각은 어떤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고, 우리의 생각과 감성은 그것에 대해 반응하고 해석한다.
이제는 지고지순이라는 것을 표현하려면 매---우 감각적으로 디자인해서 매우 농축된 표현을 해야만 한다. 순수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온갖 이미지들을 버무리면서, 그것도 매우 감각적으로 말이다.
판도라의 (IMAX로 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감동적이었던, 그리고 다시 그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난 돈을 내고 IMAX로 다시 볼 것이지만)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은, 나에게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아마도 얼마 전 District9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차별당하는 외계인들을 일부러 바퀴벌레를 연상시킬 만큼 더럽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표현한 뒤, 우리가 철저히 그들에게 시청각적 자극으로는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도록 만든, 그리고 난 다음 "무엇이 옳으냐"고 하면서 주인공이 그들에게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불편한 영화.
2. 아바타는 대중을 타겟으로 지독하리만큼 잘 디자인한 영화라는 건 너무 잘 느껴졌다. 아주 잘 빠진 디자인의 자동차나, 완벽하게 움직이는 놀랄 만한 감각의 전자제품처럼.
만일 아바타가 그냥 아름다운 자연을 이야기하고, 우리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면, 굳이 악인을 내세우고 그들의 잔인함과 몰상식함을 원주민들의 순수하고 자연과 동화되는 생활 방식과 대비시켜가며 옳고 그름의 구도로 끌고가지 않았다면
나는 훨씬 마음 편하게 잘 보았을 것이다.
전자제품에도 옳고 그름이 없듯이, 좋은 경험만을 제공해 주면 그것만으로도 그 "상품"은 훌륭히 제 가치를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 영화를 제품에 비유하자면, 장인이 장인 정신을 가지고 혼을 담아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해 낸 걸작이 아니라 어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만든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품을 단순히 적절한 가격에 소비하러 간 것 뿐이고.
그런데 소비를 하고 제품을 쓰면서 느껴지는 이 기묘한 위화감이라니.
상품을 완성도있게 만들기 위해 어떤 철학적 접근방법이나 노력이 들어간 것을 잘 느끼면서 만족하는 것이었으면 철학과 상품의 좋은 만남이었겠지만, 단순한 제품에 세상의 이치를 다 담아 낸 듯이 폼잡는 모습이랄까. 돈을 벌기 위해 호객하며 기나 도를 아느냐고 묻는 사람들같달까.
3. 이제는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해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모두 그것을 담담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구나 싶었다.
한 10년전의 영화였다면 판도라 원주민들이 숭배하는 여신이나 지성이란 단순히 자연의 힘, 그 별의 힘, 또는 어떤 특별한 에너지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일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매우 어색하게 설명해 준 바에 따르면
이 나무들은 각각 신경 섬유고, 네트워크를 이루어서 일종의 거대 지능과도 같은 것이다.
즉 판도라의 여신은 막연한 대자연이 아니라
거대한 신경 회로로 이루어진 컴퓨터나 네트워크라는 것이다. 판도라의 주민들은 그걸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고.
머리카락에 나와 있는 신경 섬유들로 서로 연결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애썼달까.
이제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여기 여신의 위대하고 신비스러운 힘이 있걸랑요"
이러면 먹히지 않을테니, 아니 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의 회의 시간에서 아마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테니.
4. 판도라 원주민들의 온갖 짬뽕 문화에 경악을 했다.
아프리카,아시아,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고대 유럽, 중동 등
거의 모---든 문화적인 "원시" 문화 요소를 다 차용해서 문화라고 표현하다니.
이게 무슨 와우도 아니고 (아니 와우처럼 만들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좀..
아프리카식으로 공감하는 노래를 부르고 놀다가 북아메리카 인디언처럼 소리지르며 공격하고, 처참하게 공격당하고 난 뒤에는 중세 성가를 모두 모여 부르는 이상한 꼴은 좀 아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5. 결정적으로
나는 원시 문화 또는 정글속에 사는 사람들의 작은 부족 문화라고 해서
우리 현대 사회의 문화보다 좋다거나 서로 사랑이 가득했다거나, 소중하고,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을 믿고, 자연을 신성시하고, 우리 존재의 약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던 그 시절조차도
인간은 폭력적이었고, 서로를 몰살시킬 수 있다면 기꺼이 그랬으며
한 사회, 문화 구조와 집단 내에도 비참한 폭력과 차별과 모순이 존재했다.
물질로 구성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문명이란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영화 속의 판도라의 부족사회에서 보여지던 (겨우) 그 정도 수준의 그런 교류와 관계가 있는 사회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아름답고 또 아름답게 그려지고 순수해 보여져야만 할 판도라의 사회, 그 부족이
나는 무섭고 폭력적인데다가 지구인들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
그-다지, 그들에게 동화되는 주인공에게 그다지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다.
단지 육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에 동화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게 되다 보니 좋았달까.
그리고 그들의 터전이 없어지고 밀려나는 것을 직접 체험하다 보니 화나게 되고, 한계를 넘어 자신도 모든 것을 잃고 오갈 데 없어지니 그들과 하나가 된다..는
구구 절절하고, 따지면 다 좋은 이유이긴 한데
자신의 동료들을 (그들 또한 인간이고 생명인데) 배신하고 죽이는 데에 충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
종합하자면
아바타는 시각적 요소를 잘 만든 수작 영화이지만
스토리도 성의 없었고 (새로울 것 없으니),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계속 진부한 방식으로 넘어갔고
결론이나 교훈까지도 너무 진부한데다가 모순까지 있는
잘 만든 영화였다.
(응?)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